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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초이스] 강허달림을 키워낸 블루스 앨범 5장

프로파일 음악밖에모르는바보 2021. 3. 29. 14:12
 

 

*2015년 네이버 <뮤지션스 초이스>에 기고한 글.

가수에게 붙는 수식어는 그 음악을 알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때로는 그 가수를 고정된 틀에 가두기도 한다. ‘블루스 디바’라는 수식어를 가진 가수 강허달림. 그녀는 블루스라는 단어 자체가 낯선 이 땅에서 거의 유일한 블루스 여가수로 자리매김했다. 때문에 강허달림이 블루스를 노래하지 않을 때에도 사람들은 그녀를 블루스로 한정지으려 했다.

 

강허달림은 동료 뮤지션들 사이에서 ‘목소리 자체가 블루스’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블루스의 애달픈 감성을 잘 살렸다. 살리는 보컬리스트다. 한국 블루스의 산실인 ‘신촌블루스’와 한국 최고의 블루스 기타리스트 중 한 명으로 꼽혔던 故 채수영이 이끄는 ‘저스트 블루스’를 두루 거쳤으니 ‘블루스 성골’이라 할 수도 있을 터. 하지만 강허달림은 자신의 음악이 블루스로만 회자되는 것이 섭섭했다.

 

“제 노래가 블루스가 갖고 있는 정서적인 면에 가까운 것들이 많아 블루스 음악이라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여러 장르적인 특성들이 잘 버무리진 음악이고 싶은데 블루스란 틀에만 가두는 거 같아 아쉽답니다.”

 

강허달림은 최근 발표한 리메이크 앨범 [Beyond The Blues 강허달림]에서 제목 그대로 블루스 저편에 있는 음악을 표현해보려 했다. “정말 제가 잘 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사람들이 ‘블루스 디바’라고 하셔서 정말 그런지 스스로 검증해 보고도 싶었어요. 그런데 의외로 제가 부를 만한 블루스 곡들이 많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블루스 저편에 있는 강허달림이 가진 색을 다양하게 보여주고자 했어요. 그래서 앨범 이름도 ‘블루스를 넘어 강허달림’이라고 지었죠.”

 

강허달림은 여러 장의 앨범을 통해 블루스 외에도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자신의 방식으로 소화해냈다. ‘한국에 하나뿐인 목소리’라는 평가를 받는 강허달림. “음악을 시작했을 때부터 나만의 색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졌던 거 같아요. 그게 바로 모든 예술 작품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고민들이 잘 진행이 되었다면 제 목소리는 당연히 하나밖에 있을 수 없겠죠. 세상에 강허달림이란 사람은 저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강허달림은 작년 9월 ‘쇼미더머니3’에서 래퍼 아이언의 ‘독기’와 합동무대를 가진 것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다양한 음악과 어울린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다. “힙합도 좋고 일렉트로닉도 좋고 기회가 되면 여러 장르의 뮤지션들과 협업을 해 보고 싶어요.”

 

이제는 강허달림 앞에서 ‘블루스 디바’라는 수식어를 달지 않아도 좋을 듯 하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그녀가 사랑했던 블루스 음반에 대해 차근차근 물어보고 싶었다. 진짜 마지막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강허달림이 선택한 첫 번째 앨범 : B.B. King [Live in Cook County Jail]

“얼마전에 세상을 떠난 비비 킹이 생전에 교도소 ‘쿡 카운티 제일’에서 가진 실황을 담을 앨범이에요. 비비 킹의 모든 앨범중에서, 아니, 모든 블루스 앨범 중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앨범이죠. 교수형이 치러진 무대에 올라 창 넘어 재소자들 앞에서 공연을 하는 비비 킹의 심경이 노래에 연주에 오롯이 담겨져 있어요. ‘블루스는 삶이다’ ‘삶은 블루스’라고 말해 주는 앨범이에요.”

 

강허달림이 선택한 두 번째 앨범 : Ella Fitzgerld [These Are The Blues]

“엘라 핏제럴드의 노래 중에 블루스만 모아놓은 앨범이에요. 재즈 아카데미 다닐 때 우연히 들은 음악 때문에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렸어요. 그 가슴 떨림을 기억하고 찾아 가다 보니 블루스 밴드를 하게 됐고 그 뒤 ‘블루스 디바’라는 명칭을 얻게 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 곡이 엘라 핏제럴드가 노래한 블루스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죠. 저의 시작은 엘라 핏제럴드였던 셈이에요. 블루스라 함은 필에만 의지한 체 흘러가는 음악이 아니랍니다. 오히려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야 하는 음악이죠. 전 엘라 핏제럴드에게서 그러한 사실을 배웠어요. 저를 더욱 노력하게 한 고마운 분이죠.”

 

강허달림이 선택한 세 번째 앨범 : Eric Clapton, B.B king [Riding With The King]

“블루스 뮤지션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사람이 존중과 배려로 함께 만들어 내는 하모니가 담긴 앨범이에요. 골수 블루스맨들은 이 앨범이 팝적인 느낌이라서 별로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전 그래서 이 앨범을 더 좋아하는 거 같아요. 노래와 연주 모두 멜로디가 확실히 살아 있는 앨범이에요. 기타 연주도 좋지만 두 분이 노래를 정말 잘 불러서도 애착이 가는 앨범이에요. 이렇게 항상 열린 자세로 협업하는 모습은 부러우면서 동시에 존경스럽죠.”

 

강허달림이 선택한 네 번째 앨범 : John Lee Hooker [Country Blues of John Lee Hooker]

“다른 블루스 뮤지션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스타일이에요. 읇조리듯이 조용하게 내 뱉는 노래와 기타가 심난하고 우울한 날에 들으면 말 할 수 없는 편안함을 주기도 하죠. 꼭 화장실에서 거울 쳐다보며 독백하고 있는 모습 같다고 할까요. 블루스라고 울부짖고 내지를 필요는 없어요. 이렇게 덤덤하게 표현할 수도 있는 거랍니다.”

 

강허달림이 선택한 다섯 번째 앨범 : Etta James [Burnin' Down The House]

“거친 듯 하면서도 여린 보컬이 담긴 앨범입니다. 수록곡 중 ‘I’d rather go blind’는 ‘저스트 블루스’ 시절부터 제 오랜 레파토리 곡 중에 하나에요. 채수영 씨와 같이 연주한 영상을 보면 연주자에 따라서 노래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죠. 이 영상은 유일하게 같이 협연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단순한 코드 안에서 이런 극적인 곡 전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죠. 이처럼 코드와 음 몇 개 가지고도 한 편의 훌륭한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 음악이 블루스 아니겠어요?”

글. 권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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